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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가 35도여도 그늘에 들어가면 좀 버틸 수 있지만, 습도 80%가 넘는 날은 가만히 있어도 몸이 젖는 느낌이 납니다. 한국 장마철이 유독 힘든 이유가 바로 이 습도 때문인데, 제습기를 사자니 초기 구매비에 전기세까지 걱정이 앞서는 게 현실입니다. 저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몇 가지 방법을 직접 시도해봤고, 효과적이었던 부분들을 공유해볼게요.
습도관리, 숫자로 보면 왜 이렇게 힘든지 납득된다
불쾌지수(Discomfort Index)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불쾌지수란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덥고 불쾌하게 느끼는지를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불쾌지수가 75 이상이면 절반 이상의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고, 80을 넘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불편함을 호소한다고 합니다(출처: 기상청). 장마철에는 기온이 30도 안팎이어도 습도가 85~90%에 달하는 날이 이어지기 때문에, 불쾌지수가 쉽게 80을 돌파합니다.
실내 습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상대습도(Relative Humidity)를 40~60% 범위로 유지할 것을 권장합니다. 여기서 상대습도란 현재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최대 수분량 대비 실제 포함된 수분의 비율을 뜻합니다. 장마철 환기를 전혀 하지 않은 실내는 이 수치가 70~80%까지 치솟는 경우가 많은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곰팡이 포자(Spore)가 번식하기 시작합니다. 곰팡이 포자란 곰팡이가 공기 중에 날리는 씨앗 같은 것으로, 습도 70% 이상·온도 25도 이상 조건이 갖춰지면 48시간 이내에 눈에 보이는 형태로 자라납니다(출처: WHO 실내 공기질 가이드라인).
이 수치들을 알고 나니 제가 왜 장마철마다 유독 지쳤는지 납득이 됐습니다. 단순히 더운 게 아니라, 공기 자체가 수분으로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다 보니 땀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제대로 안 됐던 겁니다.
염화칼슘 제습제, 직접 리필해보았습니다
시중에 파는 제습제 속 하얀 알갱이가 염화칼슘(CaCl₂)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꽤 최근입니다. 염화칼슘이란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는 흡습성이 강한 무기 화합물로, 도로 제설제로도 쓰일 만큼 구하기 어렵지 않은 물질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보니, 인터넷에서 1kg에 2,000~3,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서 일회용 제습제를 반복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다 쓴 제습제 용기를 버리지 말고 물만 따라낸 뒤 염화칼슘을 다시 채워 넣으면 됩니다. 저는 올 장마철에 이 방법을 처음 시도했는데, 다이소에서 구매한 청소포로 뚜껑 부분을 감싸 마감 처리를 했습니다. 효과는 아직 검증 중이지만, 적어도 쓰레기가 반으로 줄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습니다.
옷장이나 이불장 안쪽에 이 DIY 제습제를 배치할 때는 수납장 아래 구석진 곳에 넣어두는 게 효율적입니다. 단, 물이 찬 용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최대한 평평한 곳에 올려두는 것이 좋으며, 옷감 근처에 두는 경우에는 양면테이프로 고정을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다 쓴 제습제 용기에서 물만 버리고 염화칼슘을 리필
- 청소포나 물티슈로 주둥이 감싸 수분이 서서히 통과하도록 마감
- 수납장 안쪽 아래에 배치, 양면테이프로 반드시 고정
- 물이 가득 차면 물만 버리고 염화칼슘 추가 리필 후 재사용
제습기 vs 에어컨, 선택 전에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에어컨을 틀면 습도가 낮아진다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맞습니다. 냉방 가동 중에는 열교환기(Heat Exchanger) 표면에 응결이 일어나 수분이 외부로 배출됩니다. 여기서 열교환기란 실내 더운 공기와 냉매 사이에서 온도를 맞바꾸는 장치를 말합니다. 문제는 설정 온도에 도달해 냉방이 멈추고 송풍 모드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냉각핀에 남아 있던 수분이 다시 증발하면서 실내 습도가 오히려 올라가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어쩐지 에어컨을 끄면 급격히 더 덥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네요.
보일러를 활용하는 방법도 종종 언급되는데, 실내 온도보다 1~2도 높게 설정해 한 시간 돌리면 수분이 증발해 공기가 건조해진다는 원리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장마철 한여름에는 현실적으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30도가 넘는 실내에서 보일러를 가동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 방법은 환절기나 초봄처럼 기온이 낮고 습도만 높은 상황에 어울립니다.
장마철에 제습기가 있다면, 가장 효과적인 사용법은 집 안에 있을 때 틀어두는 것이 아닙니다. 제습기는 작동 중에 자체적으로 열을 방출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가동하면 온도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저는 30~60분 정도 가벼운 외출을 할 때 문을 닫고 제습기를 켜두는 방식을 씁니다. 돌아왔을 때 확연히 뽀송한 체감을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제습기 열기를 직접 맞지 않아도 됩니다.
화장실·신발장, 종이 하나로 관리하는 방법
습기가 가장 먼저 쌓이는 공간은 역시 화장실입니다. 샤워 직후 화장실 안은 고온 다습한 환경으로 변하는데, 이때 스퀴지(Squeegee)를 사용해 벽면과 바닥의 물기를 밀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물기를 제거한 뒤 환풍기와 선풍기를 동시에 10~20분 가동하면 내부 수증기(Water Vapor)가 빠르게 배출됩니다. 저는 이때 화장실 문을 열어두어서 더 빠르게 습기를 날려주는데 화장실 특유의 꿉꿉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발장은 제가 직접 써봤을 때, 신문지가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신발 안에 신문지를 꽉 채워 넣으면 신발 내부의 땀 수분이 종이로 흡수됩니다. 신문지가 없으면 휴지심을 잘라 신발 코 부분에 끼워도 됩니다. 종이의 셀룰로오스(Cellulose) 구조가 수분 흡착에 탁월한데, 셀룰로오스란 식물 세포벽을 구성하는 섬유소로 자기 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수분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별도 비용 없이 재활용 소재로 신발 냄새와 습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으니, 이 방법은 자취생에게 특히 권할 만합니다.
신발장 내부도 정기적으로 신발을 전부 꺼낸 뒤 청소 티슈로 한 번씩 닦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포자가 내부 선반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제 경험상 이 작업을 한 번만 해봐도 안쪽에서 뭔가 검은 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마철에 창문 환기해도 되나요? 오히려 습기가 더 들어오지 않나요?
A. 비가 내리는 중에는 창문을 닫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비가 그친 직후, 특히 아침 시간대에는 외부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있어 짧게 환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이때 선풍기를 창문 쪽에 두고 실내 공기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방향으로 틀면 공기 순환 효율이 올라갑니다.
Q. 염화칼슘 리필 제습제, 안전한가요? 피부에 닿으면 어떻게 되나요?
A. 염화칼슘은 흡습 과정에서 발열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용기를 직접 만질 때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피부에 닿으면 자극이 생길 수 있으므로 리필 작업 시 장갑을 끼는 것이 좋습니다. 용기에서 흘러나온 액체(염화칼슘 수용액)는 옷감에 얼룩을 남길 수 있으니 양면테이프 고정이 필수입니다.
Q. 제습기 없이 장마철 버틸 수 있나요?
A. 공간 규모와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르지만, 염화칼슘 DIY 제습제, 신문지 활용, 환풍기+선풍기 병행 환기를 꾸준히 실천하면 체감 습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단, 방이 크거나 밀폐성이 높은 경우에는 한계가 있어 중소형 제습기를 짧은 외출 중 가동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에어컨을 계속 켜두면 제습 효과가 있지 않나요?
A. 냉방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열교환기에서 수분이 배출되어 일정 수준의 제습 효과가 납니다. 그러나 설정 온도에 도달해 송풍 모드로 전환되는 순간 냉각핀에 남은 수분이 재증발하면서 습도가 다시 오릅니다. 제습 목적이라면 에어컨 단독보다는 제습 모드를 활용하거나 제습기를 병행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입니다.